넥타이 / 곽해룡
넥타이를 맨 염소가
길 가까운 밭에서 풀을 뜯고 있다가
시골 버스가 다가오자 놀라
방죽이 있는 밭 아래로 냅다 뛰었다
버스가 다 지나갔는데도 멈추지 않던 염소 발이
방죽에 막 빠지려는 순간
넥타이가 목을 꽉 붙들어 주었다
아빠는 아침마다 넥타이를 매고 풀 뜯으로 간다
엄마는 아빠 넥타이가 너무 길다고 다시 매어주곤 한다
방죽에 빠질까봐 걱정되기 때문일 거다
어떤 날 엄마는 넥타이가 너무 짧다며
지각하겠다고 쩔쩔 매는 아빠를 억지로 붙들고 고쳐 매준다
풀을 많이 뜯어오지 못할까봐 그럴 것이다
*출처: 김이삭, 맹문재의 『오늘의 좋은 동시』, 푸른사상, 2018.
*약력: 곽해룡은 1965년 해남 출생, 초등학교 졸업한 뒤 돈을 벌기 위해 서울행 열차를 탔다.
식당 종업원, 신문 배달원, 공장 노동자로 살아왔다. 중고등학교 과정은 검정고시로 마쳤다.
염소의 목줄을 넥타이로 발상 전환이 재미있다.
넥타이는 세게 당기면 갑갑하고 느슨하면 구심점을 잃는다.
염소도 아빠도 목줄이 불편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염소의 목줄이 목숨을 구해 주는 것처럼, 넥타이는 가족을 지키는 목줄이 아니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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