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 오봉옥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 안 들었는지.
*출처: 오봉옥 시집 『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실천문학사, 1997.
*약력: 1961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에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 하나 샀다.
집에 있는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을 만한 시간이었으니 마음은 급했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어서 가야 한다며 걷고 뛰다가 문득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지금 햄버거를 들고 뛰는 것처럼 그 옛날 아버지도 국화빵을 들고 뛰었을 것이다.
자식을 향해 뛰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엄청나게 위대하리라.
*참고
'월산동 까치고개'는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 소재의 까치고개로 추정.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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