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반성·100 / 김영승

믈헐다 2022. 3. 25. 01:18

반성·100 / 김영승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뭐.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출처: 김영승 시집 『반성』, 민음사, 2007.

*약력: 1958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등학교, 성균관대 철학과 졸업.

 

(창원시 마산 합포구 '임항선 그린웨이' 가고파 꼬부랑길의 조형물)

 

김영승 시집 『반성』은 현대인의 가치관과 사회의 비합리성,

인간의 모순을 예리하고 풍자적으로 묘사한 ‘반성’ 연작시 83편을 실었다.

'반성100'에 등장하는 이 기특한 소녀들은 평소에도 아버지를 자주 따라다녔는지 일을 척척 해낸다.

아이들에게 연탄 나르기는 노동이 아니라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혹여나 아버지가 미안해할까 마음 씀씀이도 참 예쁘다.

아저씨를 살리는 것은 아이들이고 아저씨가 연탄을 네 장씩 힘차게 드는 이유일 것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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