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100 / 김영승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뭐.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출처: 김영승 시집 『반성』, 민음사, 2007.
*약력: 1958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등학교, 성균관대 철학과 졸업.
김영승 시집 『반성』은 현대인의 가치관과 사회의 비합리성,
인간의 모순을 예리하고 풍자적으로 묘사한 ‘반성’ 연작시 83편을 실었다.
'반성100'에 등장하는 이 기특한 소녀들은 평소에도 아버지를 자주 따라다녔는지 일을 척척 해낸다.
아이들에게 연탄 나르기는 노동이 아니라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혹여나 아버지가 미안해할까 마음 씀씀이도 참 예쁘다.
아저씨를 살리는 것은 아이들이고 아저씨가 연탄을 네 장씩 힘차게 드는 이유일 것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