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꽃들에겐 / 김명수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아
이를 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불면 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진 산비탈
바위 틈에 뿌리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 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출처: 김명수 시집 『하급반 교과서』, 창비, 1983.
*약력: 1945년 경북 안동출생, 안동사범학교 졸업, 대구교대 전문학사 학위, 방통대 초등교육학과 학사 학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문학 석사.
이 시의 주인은 우리와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나라의 봄과 봄에 피는 꽃들이다.
서럽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꽃이 일제히 피기 때문에 비로소 봄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이 시 안에는 서러운 꽃 이름을 지어주며 살았던 조상들과
아픈 꽃 이름 부르며 봄을 기다리던 우리의 염원이 들어 있다.
그러니 꽃은 단순히 꽃만이 아니고 우리이고 우리의 역사이며 희망이지 않은가.
*참고
'코딱지꽃'은 '광대나물', '앉은뱅이'는 '민들레', '좁쌀밥꽃'은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를 말함이고,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딱총나무)'는 원래 이름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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