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내 사랑은 / 송수권

믈헐다 2022. 3. 31. 01:34

내 사랑은 /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쪽 배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소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이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곤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출처: 송수권 시집 『파천무』

*약력: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순천사범학교,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홍매화)

 

남도의 봄날엔 산수유와 매화가 가장 먼저 꽃이 핀다.

그것을 안다는 것은 시인이 그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그 꽃들이 다 진다고한들 하나도 서러울 리 없다고 한다.

그가 이 봄날에 정작 ‘뺨 부비고 싶은 것’은 따로 있으며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내 사랑의 기쁨이 그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란다.

 

*참고

‘아랫뜸’은 ‘아랫동네’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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