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쪽 배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소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이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곤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출처: 송수권 시집 『파천무』
*약력: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순천사범학교,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남도의 봄날엔 산수유와 매화가 가장 먼저 꽃이 핀다.
그것을 안다는 것은 시인이 그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그 꽃들이 다 진다고한들 하나도 서러울 리 없다고 한다.
그가 이 봄날에 정작 ‘뺨 부비고 싶은 것’은 따로 있으며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내 사랑의 기쁨이 그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란다.
*참고
‘아랫뜸’은 ‘아랫동네’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 김안녕 (0) | 2022.04.02 |
---|---|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0) | 2022.04.01 |
어머니의 귀 / 김상현 (0) | 2022.03.30 |
우리나라 꽃들에겐 / 김명수 (0) | 2022.03.29 |
언제나 그리움이 먼저 운다 / 주용일 (0) | 2022.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