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 강연호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출처: 강연호 시집 『비단길』, 세계사, 1994.
*약력: 1962년 대전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세상 어디에도 그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허구한 날 투정하고 끊임없이 흐느낀다.
그러나 그대를 보이지 않게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라는 걸 깨닫는다면
결국 내 그림자는 그대의 가슴 한편에 머문다는 것이리라.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은 월식,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은 일식이다.
이 시를 감상하다보면 ‘시는 과학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 공광규 (0) | 2022.07.15 |
---|---|
첫사랑 / 김현태 (0) | 2022.07.15 |
더딘 사랑 / 이정록 (0) | 2022.07.10 |
남편 / 문정희 (0) | 2022.07.09 |
그리운 막차 / 송종찬 (0) | 202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