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월식 / 강연호

믈헐다 2022. 7. 11. 02:40

월식 / 강연호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출처: 강연호 시집 『비단길』, 세계사, 1994.

*약력: 1962년 대전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세상 어디에도 그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허구한 날 투정하고 끊임없이 흐느낀다.

그러나 그대를 보이지 않게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라는 걸 깨닫는다면

결국 내 그림자는 그대의 가슴 한편에 머문다는 것이리라.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은 월식,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은 일식이다.

이 시를 감상하다보면 ‘시는 과학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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