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마른 꽃 / 이선영

믈헐다 2022. 8. 16. 00:28

마른 꽃 / 이선영

 

​시들고야 말았다

식었다

 

그대에게서 오래 전 받은 따뜻한 꽃 한송이

 

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하세월

 

사랑은 말라붙은 꽃만 남기고

기어이 그대를 벽에 꽂아놓진 못했어도

 

​내 마음 깊은 어디쯤에

 

딱딱하게 걸려 넘어가지 않는 마른 꽃

 

​속이 다 비고도

바스라지지 않는

 

*출처: 이선영 시집 ​『일찍 늙으매 꽃꿈, 창작과비평사, 2003.

*약력: 1964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그대에게 받은 꽃 한 송이를 벽에다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시간이 지나니 바싹 마른 꽃이 되고 말았다.

화자는 그것을 언젠가는 시들고 마는 사랑에다 비유하였다.

참 서글픈 이야기이지만 마른 꽃과 달리 사랑은 시든 후에도 남는 것이 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다보면 애틋한 정이라도 남기 때문이다.

마치 속이 다 비고도 바스라지지 않는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말이다.

 

*참고

'꽃 한송이' '송이' 바른 표기이다.

언제 이루어질지 그 기한을 알 수 없다는 뜻인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하세월은 매우 오랜 세월을 뜻하나, 아직 규범 표기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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