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 / 강형철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는
당신이 사랑하는 나조차
미워하며 질투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이 가버린 뒤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 번이나 건너왔다는
은행나무에 기대어
견딘다는 말을 찬찬히 읊조립니다.
무엇이 사라진 것인가요
당신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내가 지워진 것도 아닌데
심연으로 가라앉는 돌멩이
앞서 깊어가는,
저기 그리움이 보입니다.
*출처: 강형철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창작과비평사, 2002.
*약력: 1955년 전북 군산 출생,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 번이나 건너왔다는 은행나무"
현재 생존하는 은행나무 잎과 비슷한 잎이 화석으로 남아 있다.
'고생대'는 지금부터 약 5억 7000만 년 전부터 2억 4000만 년 전까지를 이르고,
한 번의 '빙하기'는 대략 10만 년을 주기로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의 은행나무에 기대어 견디는 그리움은 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은행나무도 마주 서야 연다"는 속담이 있다.
은행나무의 수나무와 암나무가 서로 바라보고 서야 열매가 열린다는 뜻으로,
사람도 마주 보고 대하여야 더 인연이 깊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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