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 / 강형철

믈헐다 2022. 8. 14. 01:11

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 / 강형철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는

당신이 사랑하는 나조차

미워하며 질투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이 가버린 뒤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 번이나 건너왔다는

은행나무에 기대어

견딘다는 말을 찬찬히 읊조립니다.

무엇이 사라진 것인가요

당신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내가 지워진 것도 아닌데

심연으로 가라앉는 돌멩이

앞서 깊어가는,

저기 그리움이 보입니다.

 

*출처: 강형철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창작과비평사, 2002.

*약력: 1955년 전북 군산 출생,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천연기념물 안동 용계 은행나무: 수령 약 700년 추정)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 번이나 건너왔다는 은행나무"

현재 생존하는 은행나무 잎과 비슷한 잎이 화석으로 남아 있다.

'고생대'는 지금부터 약 5억 7000만 년 전부터 2억 4000만 년 전까지를 이르고,

한 번의 '빙하기'는 대략 10만 년을 주기로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의 은행나무에 기대어 견디는 그리움은 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은행나무도 마주 서야 연다"는 속담이 있다.

은행나무의 수나무와 암나무가 서로 바라보고 서야 열매가 열린다는 뜻으로,

사람도 마주 보고 대하여야 더 인연이 깊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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