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 이상국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새들도 갈 데가 있어 가지를 떠나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상처이고 또 조잔하다
그걸 혼자 버려두면 가엾으니까
누가 뭐라든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늘이다
*출처: 이상국 시집 『뿔을 적시며』, 창비, 2012.
*약력: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인은 어떤 기분일 때 시를 쓸까.
화자는 기뻐서 시를 쓰기보다 마음이 허전할 때 시를 쓴다고 말한다.
신바람 나는 기분이거나 멋진 풍광에 도취해 저절로 시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시는 때 묻은 삶 속에 그늘진 채로 들어앉아 있는 법이다.
시를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늘’이란 어두운 부분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와
의지할 만한 대상의 보호나 혜택을 뜻하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화자에게 그늘이란 두 번째 뜻일 것이리라.
*참고
'조잔하다'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빼빼 말라서 쇠잔하거나 망하여 쇠퇴하다의 뜻인 '조잔하다(凋殘-)'와 속되게 마음 쓰는 폭이 좁은 '쪼잔하다'의 뜻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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