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그늘 / 이상국

믈헐다 2022. 8. 23. 00:30

그늘 / 이상국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새들도 갈 데가 있어 가지를 떠나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상처이고 또 조잔하다

그걸 혼자 버려두면 가엾으니까

누가 뭐라든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늘이다

 

*출처: 이상국 시집 뿔을 적시며, 창비, 2012.

*약력: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인은 어떤 기분일 때 시를 쓸까.

화자는 기뻐서 시를 쓰기보다 마음이 허전할 때 시를 쓴다고 말한다.

신바람 나는 기분이거나 멋진 풍광에 도취해 저절로 시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시는 때 묻은 삶 속에 그늘진 채로 들어앉아 있는 법이다.

시를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늘’이란 어두운 부분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와

의지할 만한 대상의 보호나 혜택을 뜻하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화자에게 그늘이란 두 번째 뜻일 것이리라.

 

*참고

'조잔하다'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빼빼 말라서 쇠잔하거나 망하여 쇠퇴하다의 뜻인 '조잔하다(凋殘-)'와 속되게 마음 쓰는 폭이 좁은 '쪼잔하다'의 뜻이다.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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