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한 끼니 / 김순호

믈헐다 2022. 8. 26. 00:03

한 끼니 / 김순호

 

찬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은빛 멸치 몇 마리 고추장에 찍어

한 끼니를 해결했다

넘치지 않는 느낌의 든든함이

맹물처럼 깔끔하다

 

​마냥 게을러지고 싶은 날

허물없이

밥상에 멸치봉지 그대로 펼쳐놓고

편하게 부를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빈 북처럼 내장을 휘돌아 나오는 공명

 

아무리 떠올려봐도

떠오르는 이 없는 허기를

찬물에 말아 꾹꾹 삼킨다

 

*출처: 김순호 시집 아포가토, 시문학사, 2022.

*약력: 서울 출생, 여류 시인, 2012시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몹시 굶어서 배고픈 느낌이 들 때 허기가 지다거나 허기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간절히 바라거나 탐내는 마음이 생길 때도 ‘허기지다’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정작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더 있다는 말이다.

그렇듯이 이 시에서도 밥때 느끼는 허기보다 마음의 허기인 것 같다.

외로움이라는 허기는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허기 중의 하나이지 않은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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