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니 / 김순호
찬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은빛 멸치 몇 마리 고추장에 찍어
한 끼니를 해결했다
넘치지 않는 느낌의 든든함이
맹물처럼 깔끔하다
마냥 게을러지고 싶은 날
허물없이
밥상에 멸치봉지 그대로 펼쳐놓고
편하게 부를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빈 북처럼 내장을 휘돌아 나오는 공명
아무리 떠올려봐도
떠오르는 이 없는 허기를
찬물에 말아 꾹꾹 삼킨다
*출처: 김순호 시집 『아포가토』, 시문학사, 2022.
*약력: 서울 출생, 여류 시인, 2012년《시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몹시 굶어서 배고픈 느낌이 들 때 허기가 지다거나 허기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간절히 바라거나 탐내는 마음이 생길 때도 ‘허기지다’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정작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더 있다는 말이다.
그렇듯이 이 시에서도 밥때 느끼는 허기보다 마음의 허기인 것 같다.
외로움이라는 허기는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허기 중의 하나이지 않은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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