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의 알고리즘 / 우중화
낭만은 가난도 주고 당신도 주었다.
어머니는 비어가는 쌀독 북북 긁으며 풍진세상이라 울고,
아버지는 흑백티브를 보며 참 재미난 세상이라며 웃는다.
반쪽의 그와 반쪽의 그녀는 반쪽의 아이들을 낳고,
반쪽의 아이는 반쪽의 당신을 만나고,
낭만은 하나를 꿈꾸는 내게 늘 반쪽을 보낸다.
반쪽의 당신을 안고 반쪽의 꿈을 꾼다.
오늘도 반쪽이다.
당신도 오고 가난도 온다.
반쪽의 몸이 기우뚱하며 반쪽의 몸 옆으로 기울고,
서로의 반쪽이 어두운 방에 하나의 그림자로 눕는다.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하나처럼 울고 웃는다.
반쪽과 반쪽이 만나 다시 반쪽이 되지만,
돈이 없어도 웃고 웃다가도 울고 오늘을 산다.
*출처: 우중화 시집 『반과 반사이의 여자』, 리토피아, 2021.
*약력: 2019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낭만(浪漫)'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에 젖기 십상이다.
사실 낭만이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이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늘 가슴 뭉클한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것으로 가난한 내 마음만큼 당신으로 인해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다시 반쪽이 될지언정
행복할 수 있는 까닭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리라.
*참고
'알고리즘(algorism)'은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여 내는 규칙의 집합을 말한다. 즉 이 시에서의 "반쪽의 알고리즘"이란 반쪽이 만나 원하는 것을 얻음을 말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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