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달 아래 / 박덕규
보름달 큰 동그라미 윤곽이 그대로 남았는데
어느새 반쪽
하현달이다.
저 하늘에조차 무릎 끓지 않으리라던
젊음
메아리쳐 오는 기척 아직 없고
의리를 지키느라 구부러진 손가락
닮은 나뭇가지
눈을 찌른다.
*출처: 박덕규 시집 『골목을 나는 나비』, 서정시학, 2014.
*약력: 1958년 대구에서 성장,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화자의 젊음은 둥글고 환한 보름달과도 같았는데,
중년이 되니 반쪽 하현달의 모습으로 기우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날 푸른 달 아래 서면 문득 그러한 젊음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밀려온 자신을 발견한다.
새삼스럽게 이런 자각을 하는 날이면 지난날의 회한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은 저 푸르고 높디높은 하늘에조차 무릎 끓지 않으려는 오기와
세상의 의리란 의리 모두 다 지킬 듯이 세상을 향해 나대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무모함이 끝내 올려다보던 눈만 찔리듯이 아플 뿐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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