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간격 / 이정하

믈헐다 2023. 1. 27. 08:54

간격 / 이정하

 

​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랴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할 수는 없다

그 간격 속에 빠져죽고 싶다​

 

간격 / 이정하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동의하는 일입니다.

 

내가 가져야 할 것과

내가 가져선 안 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안타까운 것.

가져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자꾸만 마음이 기웃거려지는,

꼭 그 간격만큼 슬픈...

 

간격 / 이정하

 

그대와 나 사이에

간격이 있습니다.

 

​엄청난 것도 아니면서

늘 그것은 일정하게 뻗어 있어

나를 절망케 합니다.

 

그러나 나는 믿습니다.

서로 다른 샘에서 솟아나온 물도

끝내는 한 바다에서 만남을

 

​그대와 나,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지만

나중에는 한 몸입니다.

우리 영혼은 하나입니다.

 

*출처: 이정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푸른숲, 1994.

*약력: 1962년 대구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

 

 

간격이란 시간적 공간적으로 벌어진 사이를 말하니, 그 사이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간격이 너무 좁거나 넓은 것보다는 적당할 필요성도 있지만, 어디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줄다리기처럼 밀고 당기다가 자칫 줄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또 얼마나 안타깝고 슬프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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