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력 / 최상호
저렇게
가슴 저리도록 반짝이는 별도
과학 속에서는
그저 한 개 가스덩어리일 뿐
가장 푸르고 아름다운 별일수록
가장 뜨겁고 잔인한 핵융합의
덩어리일 뿐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마라
그냥 그대로
부족한 시력으로 쳐다보아야
가슴 다치지 않는 것
늘 다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출처: 최상호 시집 『마음 밭의 객토 작업』, 시학, 2018.
*약력: 1954년 경북 경주 출생, 중앙대 및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애매모호한 것이 남녀 간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마치 끝없이 열린 하늘에서만 반짝이는 별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그저 한 개의 가스덩어리일 뿐"이고 "핵융합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영원히 잡히지 않는 멀고 먼 반짝임 같은 것이니,
사랑도 그냥 그대로 부족한 시력으로 쳐다보아야 가슴 다치지 않을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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