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럴 때가 있다 / 윤희상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는데도
길을 건너지 않고 있다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
지금,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들리는 가수의 노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출처: 윤희상 시집 『머물고 싶다 아니, 사라지고 싶다』, 강, 2021.
*약력: 1961년 전남 나주시 영산포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발길을 멈춘다면
그는 분명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일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이 시처럼 도화지에다 그대로 그림으로 옮길 수 있는 시를 만나면 왠지 기분이 좋다.
담백하고 차분한 한 폭의 수채화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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