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 박설희
'괴다'라는 말은 '사랑하다'라는 뜻
거울처럼 비추다가
같이 출렁거리기도 하는
내 속에 네가 온통 괴어
너를 내뿜는 것
너를 일렁이는 것
속속들이 썩더라도
끝내
품는 것
석양빛이 환히 불타오르듯
어두워질지라도
*출처: 박설희 시집 『가슴을 재다』, 푸른사상, 2021.
*약력: 강원도 속초에서 유년을 보내고 2003년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 후 작품 활동 시작.
동사 '괴다'는 특별히 귀여워하고 사랑하다는 뜻의 예스러운 표현으로
'괴어(괘)', '괴니' 따위로 활용할 수 있다.
저수지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품는다.
해와 달과 별과 구름도, 산과 나무와 꽃도, 심지어 비바람까지도
저수지에 괴니 마치 한없이 넓은 당신과 같다.
사랑하는 당신은 내 속에 온통 괴고, 거울처럼 비추다가 같이 출렁거리기도 하니 말이다.
석양빛이 환히 불타오르듯 '사랑하다'와 '괴다'를 가슴속에서 마구 내뿜기를 바라는 시인의 심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