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저수지 / 박설희

믈헐다 2023. 3. 26. 23:30

저수지 / 박설희

 

'괴다'라는 말은 '사랑하다'라는 뜻

거울처럼 비추다가

같이 출렁거리기도 하는

내 속에 네가 온통 괴어

너를 내뿜는 것

너를 일렁이는 것

속속들이 썩더라도

끝내

품는 것

석양빛이 환히 불타오르듯

어두워질지라도

 

*출처: 박설희 시집 가슴을 재다, 푸른사상, 2021.

*약력: 강원도 속초에서 유년을 보내고 2003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 후 작품 활동 시작.

 

(경남 밀양 '위양지'의 봄)

 

동사 '괴다'는 특별히 귀여워하고 사랑하다는 뜻의 예스러운 표현으로 

'괴어(괘)', '괴니' 따위로 활용할 수 있다.

저수지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품는다.

해와 달과 별과 구름도, 산과 나무와 꽃도, 심지어 비바람까지도

저수지에 괴니 마치 한없이 넓은 당신과 같다.

사랑하는 당신은 내 속에 온통 괴고, 거울처럼 비추다가 같이 출렁거리기도 하니 말이다.

석양빛이 환히 불타오르듯 '사랑하다'와 '괴다'를 가슴속에서 마구 내뿜기를 바라는 시인의 심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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