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수탉 한 마리 / 나희덕

믈헐다 2023. 3. 27. 09:09

수탉 한 마리 / 나희덕

 

독약을 마시고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던 흰 천을 벗기며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지고 있네.

잊지 말고 그분께 빚진 것을 꼭 갚도록 하게.

의술의 신에게 진 빚을 갚아달라는 친구를 향해

크리톤은 그리하겠다고 대답했다

소크라테스의 몸이 잠시 떨다가 멈추었고

크리톤은 그의 입술과 두 눈을 고요히 닫아주었다

 

*출처: 나희덕 시집 기능주의자, 문학동네, 2021.

*약력: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무신론자이다.

그의 가르침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타락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독약을 마시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악법도 법"이라는 명언과 함께 사형을 코앞에 두고도 

이웃에 빚진 수탉 한 마리를 갚아달라고 친구에게 한 말은 유명하다.

죽음이라는 마지막의 순간에도 빚을 갚아야겠다는 양심의 소리가 너무나 크게 울린다.

그런데 왜 암탉이 아니고 수탉이었을까.

수탉의 속성을 아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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