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인 나를 밟아다오 / 이건청
흙인 나를 밟아다오
아지랑이는 언덕을 싸고도는데,
종다리 한 마리 솟아올라
푸르름 속으로 사라진다.
흙인 나를 밟아다오,
사과나무인 그대
뿌리를 내려다오,
깊이깊이 내려다오
내 가슴에 내려다오,
아지랑이는 언덕에서 피어오르는데
종다리 한 마리 날아올라
푸르름 속에 섞인다
흙인 나를 밟아다오.
*출처: 이건청 시집 『해 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 문예바다, 2021.
*약력: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한양대학 국문과 졸업.
"사과나무인 그대 / 뿌리를 내려다오, / 깊이깊이 내려다오 / 내 가슴에 내려다오,"
화자는 그대를 자신의 마음속에 심어 뿌리를 깊이깊이 내려달라고 주문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흙에 나무를 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과나무를 보살피지 않는다면 꽃도 열매도 제대로 얻을 수 없듯이
그대를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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