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낮은 소리 플라스틱 바가지에 탯줄 끊긴 완두콩들이 떨어진다 독도그르 독도그르 아이들을 받아내는 소리 누구의 손이 왔다 갔나 바람도 없는데 꽃이 피고 꽃잎 떨어지는 소리 박꽃에 달빛 쌓이는 소리 안타까워라 움켜도 움켜도 한 줌 손을 빠져나가는 물모래 소리 먼 사람이 내게 와 새벽이 올 때까지 하룻밤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소리 아침 안개 속에 연꽃 봉오리 터지는 소리 비 그치고 날 들자 낙수 구멍에 낙수 소리 이어졌다 끊어졌다 아무도 없는 집을 한나절 지키네 두레상에 숟가락 부딪는 소리 고등어 토막 슬쩍 밀어놓는 소리 쉼 없이 흘러가는 첫새벽 강 내 몸에 갇힌 시간이 몸 비트는 소리 걱정 마라 걱정 마라 내 머리맡에 앉아 잠들 때까지 어루만져주는 아주 낮은 소리 *출처: 서수자 시집 『아주 낮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