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손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출처: 유홍준 시집 『북천-까마귀』, 문학사상, 2013.
(사진 출처: 머니투데이 기자수첩, 2021.08.23.)
매미는 열흘 남짓인 일생을 울음소리로 문지른다.
수컷만 우는 매미는 울음으로 암컷을 유혹한다.
그러나 아이의 손아귀에서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유혹이 아니라 구조 요청을 하는 처절함의 울음소리다.
아이에게 매미는 신기한 놀이지만 매미에게 아이는 저승사자다.
시인은 매미를 놓아주라고 요청한다.
단 두 글자인 ‘풀어’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지금 욕망과 집착, 오만과 아집 어떤 걸 손에 움켜쥐고 있을까.
단번에 풀고 내려놓아야 비로소 자유로운 손이 되지 않을까.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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