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흰 드레스 셔츠에 묻은
검은 짜장면 얼룩
상아색 블라우스에 떨어진
붉은 짬뽕 얼룩
얼룩은 뭇 시선을 끌어당긴다
사람은 사람을 보지 않고
얼룩을 본다
보고도 못 본 체한다
마음에도 얼룩이 있다
힘들고 아픈 깊은 생채기의
얼룩이 있다
얼룩을 묻고 사는 사람이
얼룩을 위로해 준다
얼룩이 있는 사람이 사람답다
*출처: 하청호 시집 『그대는 눈꽃 앞에서 그냥 아름다우시면 됩니다』, 답게, 2021.
사진: (주)천재교육,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얼룩말 무리
시인은 시를 본인에겐 삶의 얼룩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얼룩은 그리운 아픔의 흔적이다.
때론 아름답고 즐거운 것도 있지만,
어떤 얼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채기가 되어 깊게 파고든다.
들추면 결코 아름답지는 않지만 지우지 않고 간직한다.
얼룩이 있는 사람이 사람답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병상련,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참고
‘짜장면’은 본래 ‘자장면’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자장면’과 동일한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판단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짬뽕'은 일본식 champon 발음이 변하여 된소리로 굳어진 말이며, 순화어는 '초마면(炒碼麵)'.
‘상아색(象牙色)’은 코끼리 '엄니'의 빛깔과 같이 하얀빛을 띤 노랑. (동물은 엄니, 사람은 어금니).
‘생채기’는 손톱 따위로 할퀴이거나 긁히어서 생긴 작은 상처.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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