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까기 / 김복희
혼잣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혼자 있는
법이 없다
귤 깠다
생각하고 존재하고 그러느라
조금 바빴다
바쁘게 귤껍질 속에 감금된 귤 알맹이를
꺼낸다 쪼갠다
안심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
네가 웃기만 해서 말은 내가 한다
힘내야지, 힘낼게,
바쁘게 내 입으로 귤을 넣어주는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가 놓아준다
*출처: 김복희 시집 『희망은 사랑을 한다』, 문학동네, 2020.
*약력: 1986년생,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는가 보다.
상대방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귤을 까는 순간에도 존재하니 말이다.
화자는 오직 상대방만을 생각하느라 귤 알맹이를 쪼개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니
귤 알맹이처럼 속마음을 꺼내 쪼개어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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