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모기 / 김형영

믈헐다 2022. 8. 11. 00:29

모기 / 김형영

 

모기들은 날면서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온몸으로 소리를 친다

여름밤 내내

저기,

위험한 짐승들 사이에서

 

모기들은 끝없이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

어둠을 헤매며

더러는 맞아 죽고

더러는 피하면서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

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모기 소리로 소리를 친다

영원히 같은

모기 소리로……

 

*출처: 김형영 시집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문학과지성사, 1994.

*약력: 1944년 전북 부안 출생, 서라벌예술대한 문예창작과 졸업, 2021년 향년 77세로 별세.

 

 

이 시는 우리의 삶을 모깃소리에 빗댄 재밌고도 슬픈 시이다.

힘 있는 사람이 위험한 짐승이라면 힘없는 사람은 하루살이인 모기에 불과하다는 비유이다.

모깃소리는 아주 가냘픈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그 가늘고 약한 소리가 사람을 환장시키다 못해 팔짝 뛰게도 만들지 않은가.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는 속담이 있다.

힘없고 미약한 것이라도 많이 모이면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하잘것없는 곤충도 나름의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어찌 모르랴.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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