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 / 정호승
늦은 오후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저녁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
모든 색체가 빛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나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각조각난 유리로 만들어진 까닭은
이제 알겠다
내가 산산조각난 까닭도
이제 알겠다
*출처: 정호승 시집 『포옹』, 창작과비평사, 2007.
*약력: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아주 잘게 깨어진 여러 조각을 ‘산산조각’이라 한다.
또한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인 ‘갈가리’라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시인은 산산조각 난 자신에 대해 고뇌를 많이 하고 있다.
마음이 그럴 수도 있고 삶 자체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시인은 산산조각난 자신의 파편을 긁어모아 시로 옮겨 적는 것이다.
이렇게 유리 조각에 찔리는 고통의 순간을 시로 승화하는 것이 시인이 아니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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