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스테인드글라스 / 정호승

믈헐다 2022. 8. 19. 05:42

스테인드글라스 / 정호승

 

​늦은 오후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저녁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

모든 색체가 빛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나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각조각난 유리로 만들어진 까닭은

이제 알겠다

내가 산산조각난 까닭도

이제 알겠다

 

*출처: 정호승 시집 『포옹』, 창작과비평사, 2007.

*약력: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아주 잘게 깨어진 여러 조각을 ‘산산조각’이라 한다.

또한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인 ‘갈가리’라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시인은 산산조각 난 자신에 대해 고뇌를 많이 하고 있다.

마음이 그럴 수도 있고 삶 자체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시인은 산산조각난 자신의 파편을 긁어모아 시로 옮겨 적는 것이다.

이렇게 유리 조각에 찔리는 고통의 순간을 시로 승화하는 것이 시인이 아니겠는가.

 

*출처: 빛나는 세상 - Daum 카페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기 시작하면 / 주영헌  (0) 2022.08.21
왜 / 김용만  (0) 2022.08.20
아침 똥 / 황규관  (0) 2022.08.17
가을 / 함민복  (0) 2022.08.17
마른 꽃 / 이선영  (0)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