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말맛 싱거워 / 유안진

믈헐다 2023. 4. 19. 21:52

말맛 싱거워 / 유안진

 

사투리처럼 고불거리던 시골길들

표준어처럼 뻗어

걷기는 편한데 걷는 맛없어

시(詩)가 그렇다

 

*출처: 유안진 시집 터무니, 서정시학, 2021.

*약력: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 동 대학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박사 학위,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사투리처럼 고불거리던 시골길들은 이제 표준어처럼 곧게 뻗어 나가니

편한 만큼 사는 맛이 사라진 것이 오늘의 삶인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구수한 사투리처럼 사람 향기가 물씬 나는 그런 시가 그리워진다.

'말맛'이란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른 느낌과 맛을 말함이니

'시'라는 예술은 말맛을 살리는 언어 예술이랄 수 있다.

말맛을 느끼지 못하는 시는 생명이 없는 시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요즘 추세는 싱거운 걸 좋아하니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