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잠 / 장철문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아내는
모로 누워 잠을 잔다
웅크려 잠든
아내의 잠은 혼곤하다
잠든 아내와 함께
아내의 피로도
함께 누워 쉬고 있다
나의 삶도 저렇게 누워서
아내의 눈앞에
쓰러져 잠들 때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함께하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 혼곤함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까닭일 것이다
아내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원망도
저기 저렇게 누워 있다
몇만 년의 유전이
저기 저렇게 함께 누워 있다
아마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출처: 장철문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 비평, 2003.
*약력: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새벽녘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과 몸을 보면 마음이 짠할 수밖에 없다.
젊고 고운 얼굴과 건강했던 몸 대신에 고단한 세월만 온몸에 비치기 때문이다.
어찌 아내만 그렇겠는가.
남편도 “아내의 눈앞에 / 쓰러져 잠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혼곤함’ 때문이다.
혼곤함은 고달픔이니 그것을 혼자의 몸으로 감당한다면 어찌 함께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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