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밭 한 뙈기 / 권정생

믈헐다 2023. 8. 11. 00:47

밭 한 뙈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출처: 권정생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식산업사, 2015.

*약력: 1937년 일본 출생, 1946년 경북 청송군으로 귀국, 2007년 향년 69세로 타계.

 

 

“밭 한 뙈기 / 논 한 뙈기 / 그걸 모두 / ‘내’ 거라고 말한다.”

하여 시인은 첫 행부터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고 단정한다.

그러니 이 시에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인간의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끝도 없다고 하였던가.

바로 우리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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