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은방울꽃 / 이문복
어의동 골짜기 지나
연화봉 찾아가는
고적한 산길 어디메쯤
순정한 향기로
나를 기다리던
세상살이 폭폭할 때마다
고향처럼 그리워지는
산,
그 산에 숨어 피는
나 대신 숨어 피는
소백산 은방울꽃
*출처: 이문복 시집 『사랑의 마키아벨리즘』, 작은숲, 2014.
*약력: 충남 서산 출생(71, 여), 교사 퇴직, 산문집으로는 21년에 출간한 『어쩌다, 삭산뜰』이 있다.
‘어의동 골짜기’는 소백산 연화봉 자락 ‘어의곡’을 말한다.
“고적한 산길 어디메쯤 / 순정한 향기로 / 나를 기다리던” 꽃이라 하지만,
어찌 꽃이 화자를 기다려 피었겠는가.
하지만 산길을 걷다가 꽃이 아름답다면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으로 느낄 것이고,
하물며 화자를 반기기까지 한다면 커다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나 대신 숨어 피는” 꽃이라 하였으니, 어쩌면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