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해바라기 꽃 / 오세영

믈헐다 2023. 7. 20. 02:25

해바라기 꽃 / 오세영

 

꽃밭도 텃밭도 아니다.

울가에 피는 해바라기,

모든 꽃들이 울안의 꽃밭을 연모할 때도

해바라기는

저 홀로 울 밖을 넘겨다본다.

푸른 하늘이 아니다.

빛나는 태양이 아니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산과 들

그리고 지상의 인간,

신(神)은 머리 위에 있지만

인간은 항상 그 앞에 서 있다.

모든 꽃들이 다투어 위로 위로 꽃잎을

피워 올릴 때

앞을 향하여 꽃눈을 틔우는

해바라기,

흔히 꽃 같은 처녀라 하지만

해바라기는

인간이 피워 올리는 꽃이다.

 

*출처: 오세영 시집 꽃피는 처녀들의 그늘 아래서, 고요아침, 2005.

*약력: 1942년 전남 영광군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해바라기는 사전적 의미로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과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이다.

이 시에서는 시제가 ‘해바라기 꽃’이니 당연히 앞엣것이다.

“모든 꽃들이 다투어 위로 위로 꽃잎을 / 피워 올릴 때”

해바라기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앞만 바라볼 뿐이니, “인간이 피워 올리는 꽃이다.”

흐린 날이든 맑은 날이든 당신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황금빛을 발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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