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물음 / 윤성관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느 대학 가고 싶니, 죽을 둥 살 둥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를 묻고, 회사에서는 대학교와 학과를 묻고, 결혼 후에는 어디에 있는 몇 평 아파트에 사느냐 묻고, 늙은 요즘에는 자식들이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하찮은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만큼 하찮게 살아왔지만
물어보려면,
저 별빛은 언제 태어났는지,「전태일 평전」을 읽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은 적 있는지, 귀를 자른 한 화가의 자화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가 얼마나 많은지, 당황하더라도 이 정도는 물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물어줘야지
아침마다 새들이 묻는 소리에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우는데
*출처: 윤성관 시집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지혜, 2022.
*약력: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졸업, 30여 년을 LG화학과 에이프로젠 근무, 2020년 계간 『애지』로 등단.
시의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행과 연을 자유롭게 배열하였지만
행간에 엿보이는 것은 흔하게 말하는 “하찮은 물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기 싫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물음이 상투적이거나 얼토당토않거나 하는 시쳇말로 영양가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하찮은 물음” 보다는서로의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는 물음을 나누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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