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꽃 / 오세영
꽃밭도 텃밭도 아니다.
울가에 피는 해바라기,
모든 꽃들이 울안의 꽃밭을 연모할 때도
해바라기는
저 홀로 울 밖을 넘겨다본다.
푸른 하늘이 아니다.
빛나는 태양이 아니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산과 들
그리고 지상의 인간,
신(神)은 머리 위에 있지만
인간은 항상 그 앞에 서 있다.
모든 꽃들이 다투어 위로 위로 꽃잎을
피워 올릴 때
앞을 향하여 꽃눈을 틔우는
해바라기,
흔히 꽃 같은 처녀라 하지만
해바라기는
인간이 피워 올리는 꽃이다.
*출처: 오세영 시집 『꽃피는 처녀들의 그늘 아래서』, 고요아침, 2005.
*약력: 1942년 전남 영광군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해바라기는 사전적 의미로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과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이다.
이 시에서는 시제가 ‘해바라기 꽃’이니 당연히 앞엣것이다.
“모든 꽃들이 다투어 위로 위로 꽃잎을 / 피워 올릴 때”
해바라기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앞만 바라볼 뿐이니, “인간이 피워 올리는 꽃이다.”
흐린 날이든 맑은 날이든 당신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황금빛을 발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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