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하늘 바라기 / 이준관

믈헐다 2023. 9. 19. 19:37

하늘 바라기 / 이준관

 

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출처: 이준관 시집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밥북, 2023.

*1949년 전북 정읍 출생, 1971 서울신문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4 심상신인상 시 당선.

 

 

‘하늘바라기’는 ‘빗물에 의하여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하늘바라기’가 아닌 ‘하늘√바라기’이다.

사실 ‘바라기’는 음식을 담는 조그마한 사기그릇을 뜻하지만,

시인은 동사 ‘바라다’의 뜻을 빌려 하늘만 바라본다는 의미인 것 같다.

“어머니는 /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라고 했듯이,

먼 하늘만 바라보며 아른아른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웠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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