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라기 / 이준관
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출처: 이준관 시집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밥북, 2023.
*1949년 전북 정읍 출생, 1971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4년 《심상》신인상 시 당선.
‘하늘바라기’는 ‘빗물에 의하여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하늘바라기’가 아닌 ‘하늘√바라기’이다.
사실 ‘바라기’는 음식을 담는 조그마한 사기그릇을 뜻하지만,
시인은 동사 ‘바라다’의 뜻을 빌려 하늘만 바라본다는 의미인 것 같다.
“어머니는 /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라고 했듯이,
먼 하늘만 바라보며 아른아른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웠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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