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와 시인 / 박진형
김형 어디 있노
감나무 위에 있다
뭐 하노
감 딴다
감 따서 뭐 하노
먹는다
먹어서 뭐 하노
시 쓴다
시 써서 뭐 하노
그냥 쓴다
언제 내려오노
안 내려간다
정말 안 내려오나
그래 안 내려간다
바둑 뚜고 싶으면 어쩔래
바둑판 들고 위로 올라온나
나무 베어버린다
그래도 안 내려간다
수천의 알전구 켜둔 감나무
쓱싹쓱싹 베어 버리자
어디로 갔을까, 그는
*출처: 박진형 시집 『너를 숨쉰다』, 만인사, 2014.
*약력: 1954년 전남 구례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성장,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학사), 불어불문학과(석사), 외국어교육과(박사 수료) 졸업.
주렁주렁 붉게 열린 감을 "수천의 알전구 켜둔 감나무"라니 그럴싸하다.
감나무 위에서 감을 따는 친구에게 바둑 한 판 두자니 바둑판 들고 위로 올라오라고 한다.
나무를 베어버려도 내려오지 않을 사람이 어찌 시인뿐이겠는가.
제가 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제가 좋아서 하는 사람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서양의 명언에는 "재능이 많은 사람도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는 없고,
노력하는 자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공자의 논어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했다.
이 말인즉슨 뭐든 즐기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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