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잠자리 / 김형영
가을 잠자리는
날갯짓 한 번으로
구름을 지나가게 하고
구름 사이로 흔들흔들
즐거운 바람을 지나가게 하고
온몸이 다 멍이 들어버린
퍼런 하늘은
그만 무엇을 보았는지
공중에 떠서 붉게 물이 드네
*출처: 김형영 시집 『낮은 수평선』, 문학과지성사, 2004.
*약력: 1944년 전북 부안 출생, 서라벌예술대한 문예창작과 졸업, 2021년 향년 77세로 타계.
시가 예쁜 것 이상으로 오묘함이 가득하다.
“날갯짓 한 번으로 / 구름을 지나가게”하는 가을 잠자리도 그렇고,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디푸른 가을 하늘이 멍이 드는 것도 그렇다.
무엇을 보았기에 붉게 물이 들었을까.
마치 첫사랑의 설렘이 꽃노을을 피우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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