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별의 생애 / 이동순

믈헐다 2023. 11. 26. 05:52

별의 생애 / 이동순

 

바람 속에 태어난

저 어린 별은

제 어미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오늘도 캄캄한 우주 벌판에서 외롭게 반짝인다

어린 별이 땅 위의

가난한 나라 아이들과 밤새도록

서로 눈 맞추고 용기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의 한 생을 살아온

늙은 별은

흐뭇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우주의 한쪽 구석에서

혼자 조용한 임종을 맞이한다

자욱한 눈보라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서

영영 되돌아오지 않는

저 북극 에스키모 노인처럼

 

*출처: 이동순 시집 그대가 별이라면, 시선사, 2004.

*약력: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경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영남대학교 교수.

 

 

 

바람 속에 태어난 어린별.

우주의 한쪽 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임종을 맞이하는 늙은 별.

생성과 소멸의 노래이다.

지천명의 시인이 들려주는 눈물겨운 삶의 진리가 쓸쓸하고 아름답다.

“영영 되돌아오지 않는 / 저 북극 에스키모 노인처럼” 말이다.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 / 김남조  (0) 2023.11.27
해장아파트 / 전윤호  (1) 2023.11.24
고운 밥 / 전윤호  (1) 2023.11.24
깃털이 죽지 않고 / 김일영  (0) 2023.11.22
시집과 그것을 하다 / 김왕노  (1)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