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 신미균
우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싶어서
손에 잡히는 돌 하나
던져 넣었다.
돌은 자기가 어디쯤
떨어지고 있는지
알리려는 듯
탁, 타닥
벽에 부딪히는 소리를
가끔씩 내면서
떨어졌다
아차, 저 돌 깊은 우물 속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다시는 햇빛을 못 볼 텐데
미안하다
*출처: 신미균 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파란 시선, 2020.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이 시는 우물의 깊이에 대해 호기심의 발동으로
우물에 돌 하나를 던지면서 생긴 자각과 성찰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혹은 재미 삼아 한 행위가
상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화자가 우물 안에 던져진 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지만 그 말에 담긴 여운은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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