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돌 / 신미균

믈헐다 2022. 11. 30. 00:18

돌 / 신미균

 

우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싶어서

손에 잡히는 돌 하나

던져 넣었다.

 

돌은 자기가 어디쯤

떨어지고 있는지

알리려는 듯

탁, 타닥

벽에 부딪히는 소리를

가끔씩 내면서

떨어졌다

 

아차, 저 돌 깊은 우물 속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다시는 햇빛을 못 볼 텐데

 

미안하다

 

*출처: 신미균 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파란 시선, 2020.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이 시는 우물의 깊이에 대해 호기심의 발동으로

우물에 돌 하나를 던지면서 생긴 자각과 성찰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혹은 재미 삼아 한 행위가

상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화자가 우물 안에 던져진 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지만 그 말에 담긴 여운은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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