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최후의 단어 / 구석본

믈헐다 2023. 4. 23. 03:02

최후의 단어 / 구석본

 

사랑한다. 즐겁다. 괴롭다. 쓸쓸하다. 바쁘다.

그리고 부르다가 사라진 무수한 이름들.

 

그렇게 많은 말과 몸짓으로 당신과 만나고 헤어지고

거울을 보고 책장을 넘기고 웃음과 눈물을 적으며

한 생애를 보낸 다음

 

비로소 알았다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간 말들이 혼잣말이 되었고

고독

단 한마디였다는 것을

 

*출처: "마음이 머무는 詩", 천지일보, 2021.07.05.

*약력: 1949년 경북 칠곡 출생, 영남대학교 졸업.

 

 

"사랑한다. 즐겁다. 괴롭다. 쓸쓸하다. 바쁘다."

그렇게 많은 말과 몸짓으로 당신과 만나고 헤어지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간 말들이 혼잣말이 됐고,

남은 것은 '고독', 단 한 마디라고 시인은 말한다.

인간은 사랑하고, 즐겁고, 괴롭고, 쓸쓸하고, 바쁘다고 수많은 말을 해도,

결국 그 말은 '나' 하나만의 말이었을 뿐, 남는 것은 '고독이라는 한 마디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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