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그리운 연어 / 박이화

믈헐다 2023. 4. 24. 20:55

그리운 연어 / 박이화

 

고백컨데

내 한번의 절정을 위해

밤새도록

지느러미 휘도록 헤엄쳐 오던

그리하여

온밤의 어둠이

강물처럼 출렁이며 비릿해질 때까지

마침내 내 몸이

수초처럼 흐느적거릴 때까지

 

기꺼이

 

射精을 미루며,

아끼며,

참아주던

 

그 아름답고도 슬픈 어족

그가 바로 지난날 내 생애

그토록 찬란한 슬픔을 산란하고 떠나간

내 마지막 추억의 은빛 연어입니다

 

*출처: 박이화 시집 그리운 연어, 애지, 2006.

*약력: 1960년 경북의성 출생, 본명은 기향(己香),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경운대학교 경호학과 대학원 졸업.

 

 

시어들이 에로틱하니 에로티시즘의 미학이 시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남녀가 이성을 그리워하는데서 그 최초의 싹이 움트는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궁극적으로는 성적 욕망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 시는 천박하거나 음탕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관능적인 언어를 통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리라.

 

'빛나는세상 > 출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게 오는 사람 / 이잠  (0) 2023.04.27
갱년기 / 안현미  (0) 2023.04.25
눈주름 악보 / 공광규  (0) 2023.04.24
최후의 단어 / 구석본  (0) 2023.04.23
별 / 주용일  (0) 202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