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연어 / 박이화
고백컨데
내 한번의 절정을 위해
밤새도록
지느러미 휘도록 헤엄쳐 오던
그리하여
온밤의 어둠이
강물처럼 출렁이며 비릿해질 때까지
마침내 내 몸이
수초처럼 흐느적거릴 때까지
기꺼이
射精을 미루며,
아끼며,
참아주던
그 아름답고도 슬픈 어족
그가 바로 지난날 내 생애
그토록 찬란한 슬픔을 산란하고 떠나간
내 마지막 추억의 은빛 연어입니다
*출처: 박이화 시집 『그리운 연어』, 애지, 2006.
*약력: 1960년 경북의성 출생, 본명은 기향(己香),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경운대학교 경호학과 대학원 졸업.
시어들이 에로틱하니 에로티시즘의 미학이 시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남녀가 이성을 그리워하는데서 그 최초의 싹이 움트는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궁극적으로는 성적 욕망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 시는 천박하거나 음탕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관능적인 언어를 통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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