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 석민재
1
강둑에 앉아 낚시하다가
뭐라도 걸리면
우쭐해서
식구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고 자랐는데
물고기를 실컷 잡아 놓고
풀어 주는 사람이
친구 하자고 다가오면
영 거슬린다 낚시를 재미로 하는 것이
2
수도를 틀어
숭어를 씻는데
주둥이를 씻고 있는데
돈 받으러 온 남자가 수도꼭지를 잠근다
빚은 빚인데
숭어와 물을 들고 간다
*출처: 석민재 시집 『그래, 라일락』, 시인의일요일, 2023.
*약력: 1975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하동 거주, 2015년 〈시와 사상〉, 2017년 〈세계일보〉 통해 등단.
강둑에 앉아 낚시로 잡은 고기를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함께 먹으며 자라는 모습은
강가에 사는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삶이다.
그런데 실컷 잡았다가 놓아주는 재미로 낚시하는 사람과는
영 거슬리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강둑에서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데, 수도세 받으러 온 남자가 수도꼭지를 잠그고
밀린 수도세 대신 한 끼 양식인 숭어를 대신 가져간다.
여기까지 시적 화자의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과연 시제인 모란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꽃 중의 꽃인 모란은 부귀, 숭엇과의 물고기는 수어(秀魚), 즉 빼어난 물고기를 의미하니
시인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모란과 숭어처럼 살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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