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모란 / 석민재

믈헐다 2023. 5. 16. 04:00

모란 / 석민재

 

1

강둑에 앉아 낚시하다가

뭐라도 걸리면

우쭐해서

식구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고 자랐는데

 

물고기를 실컷 잡아 놓고

풀어 주는 사람이

친구 하자고 다가오면

 

영 거슬린다 낚시를 재미로 하는 것이

 

2

수도를 틀어

숭어를 씻는데

주둥이를 씻고 있는데

 

돈 받으러 온 남자가 수도꼭지를 잠근다

빚은 빚인데

 

숭어와 물을 들고 간다

 

*출처: 석민재 시집 그래, 라일락, 시인의일요일, 2023.

*약력: 1975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하동 거주, 2015 시와 사상, 2017 세계일보 통해 등단.

 

 

강둑에 앉아 낚시로 잡은 고기를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함께 먹으며 자라는 모습은

강가에 사는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삶이다.

그런데 실컷 잡았다가 놓아주는 재미로 낚시하는 사람과는 

영 거슬리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강둑에서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데, 수도세 받으러 온 남자가 수도꼭지를 잠그고

밀린 수도세 대신 한 끼 양식인 숭어를 대신 가져간다.

여기까지 시적 화자의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과연 시제인 모란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꽃 중의 꽃인 모란은 부귀, 숭엇과의 물고기는 수어(秀魚), 즉 빼어난 물고기를 의미하니

시인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모란과 숭어처럼 살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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