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감자 / 김헌수
유월은
알감자처럼 포슬포슬해서
손마디 짚어 가며 공손하네
긴긴 시간
밭고랑에 허리를 접었던 사람이
내게 물려주는 씨앗
그 간절한 손길에 기대어
대지에 몸을 낮춘
햇살도 훈훈하였네
*출처: 김헌수 시집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애지, 2021.
*약력: 1967년 전북 전주 출생,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졸업.
'알감자'는 감자 종자인 '씨감자'를 말함이다.
순을 키워 심는 고구마와 달리 감자는 밤톨만한 감자를 땅에 바로 묻거나,
봄에 씨감자의 싹을 틔워 눈(萌芽)이 들어가게 잘라서 심는다.
그것이 땅속에서 굵어져 유월 하순쯤에 수확하는 것처럼
시인은 유월을 알감자로 비유하여 시를 탄생하는 것과 연결한다.
밭일로 허리가 호미처럼 굽은 농부가 시인에게 귀히 물려준 것처럼 말이다.
자고로 농부나 시인이나 허리를 접지 않고서 어찌 훈훈한 햇살을 받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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