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유월설 / 김지유

믈헐다 2023. 6. 12. 02:33

유월설 / 김지유

 

웃음이야 아니, 통곡이야

밤새 그림자 꿰맨 속말이

콧구멍으로 터진 거야

벚꽃 아래 맛본 도다리 쑥국처럼

까꿍, 속살로 피워 올린

꽃잔치라지만 지상의 모든 애인

손가락보다 야윈 미소라고

눈물 감추어 만나는 이별이라고

전부 내어주는 일이란

유월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거

잊지 말자니 모두 잊히고

꾹 참고 맞던 아이의 불주사처럼

지워진 그림자 닻 내리고

처량하게 무심하게

식어가는 심장을 살아내는 일

내 웃음과 당신 눈물에 무관심하던

계절 접을 때 호접몽, 꿈은

닫혔다 열리는 지상낙원이므로

깜박 취해 웃었다 운다 해도

모두가 희디흰 꽃잔치, 곧 녹아 없어질

유월의 시린 사랑설

통곡이야 그래, 만질 수 없는

그런 웃음이야

 

*유월설: 오뉴월에 눈처럼 수북한 흰 꽃을 피우는 관목.

 

*출처: 김지유 시집 유월설, 천년의시작, 2016.

*약력: 1973년 서울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시제인 '유월설'은 꽃나무 이름이다.

더운 오뉴월에 눈이 내린 듯 흰 꽃이 핀다고 하여 '유월설'이라는데,

사전에는 '백정화(白丁花)'라고 등재되어 있다.

꽃을 눈에 비유하여 더운 오뉴월에도 하얀 눈을 보려는 시인은 어떤 마음일까.

"유월의 시린 사랑설 / 통곡이야 그래, 만질 수 없는 / 그런 웃음이야"

설령 꽃이 눈이라 하더라도 뜨거운 태양 아래 녹아버릴 터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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