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 안규례
누가 몰래 파 먹었을까
움푹 패인 저
가슴을
바람이 깎았을까
구름이 퍼 갔을까
드넓은
하늘 모서리
홀로 서성이고 계신 어머니
*출처: 안규례 시집 『눈물, 혹은 노래』, 청어, 2021.
*약력: 1961년 전남 화순 출생, 2004년 월간 「문예사조」, 2005년 「문학21」 시 등단.
시인이라면 어머니를 여러 사물에 비유하고 객관적 상관물로 끌어들여
한두 편씩 또는 수편씩은 썼을 것이고, 아예 통째로 시집을 낸 시인도 있을 것이다.
안규례 시인은 초저녁에 잠깐 서쪽 하늘에서 본 초승달과 어머니를 연결시켰다.
둥근 어머니의 가슴을 자식들이 다 파먹어도
더 줄게 없어서 늘 미안해하시는 거룩하신 어머니이지 않은가.
*참고
'초승달'은 음력 초하루부터 며칠 동안 보이는 달로, 초저녁에 잠깐 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그믐달'은 음력 말께 며칠 동안 보이는 달로, 새벽부터 해 뜨기 직전까지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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