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편지 / 천양희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대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 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 앞에서 떤다, 떨린다.
*출처: 천양희 시집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약력: 1942년 부산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사전적 의미의 '바람'이란 공기의 움직임을 뜻하기도 하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시에서는 둘 다를 뜻하는 동음이의어로 쓰였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이렇게 서로 다른 의미로 전해진다면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 바람처럼 떨릴" 것이다.
화자는 "바라건대 /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고 한다.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지기 때문이다.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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