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사람 / 김명인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은 나를 접었을까?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
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출처: 김명인 시집『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민음사, 2015.
*약력: 1946년 경북 울진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학 박사.
각별한 사람의 사전적 의미는 유달리 특별한 사람을 말함이다.
한번쯤 내 생애 각별한 사람은 누구이며, 내가 각별했으면 그도 각별했을까.
나는 지웠는데 상대는 지우지 않고, 상대는 지웠는데 내가 지우지 않는 사람.
언제 어떤 인연으로 잠시 만나 헤어졌는지 모르지만 무심히 접혀진 사람.
인과 관계에 따라 한때 가까웠다가 멀어진 사람.
나에게 각별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곰곰이 생각하니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밀물처럼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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