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 고영
날개가 불이라서 뜨겁니?
아님 네 한 몸 다 불살라야 닿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가 있니?
기어이
처음 그날처럼 기어이
홑겹의 날개 위에
평생 지울 수 없는 문신을 새기며
상처에 불을 밝히며
저 텅 빈
날갯짓으로 날아가는
너는
누구의 영혼이니?
*출처: 고영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문학의전당, 2021.
*약력: 1966년 경기도 안양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성장, 2003년 《현대시》 신인상 수상.
"반디, 반딧불, 반딧불이"는 동의어로 모두 표준어이다.
어둡고 서늘한 밤하늘에 가느다랗게 날아가는 반딧불이는 얼마나 신비로운가.
자신의 몸을 태워 등불을 밝히며 찾아가는 나라는 어디이며,
끝내 재가 되어서 도달해도 좋은 그런 나라는 어디란 말인가.
바로 시인의 무의식 속에서 비상하고 있는 시적 자아의 이미지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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