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객짓밥 / 마경덕

믈헐다 2023. 7. 16. 02:03

객짓밥 /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출처: 마경덕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상상인, 2021.

*약력: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마을 문예대학 강사.

 

 

하느님은 곤충에 불과한 소금쟁이에게 수륙 양용도 모자라 하늘까지 날게 만들었다.

그러니 소금쟁이에겐 하느님의 존재는 절대적이겠지만 시 속 화자에게는 어머니가 하느님이다.

하나님의 사랑만큼이나 어머니의 사랑도 크다는 뜻이다.

사실 자식을 객지로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정 견디기 어려우면 다시 내오라며 어머니가 주신 “기차표 한 장 살 돈”은

객지 생활의 고비마다 화자의 마음을 다잡게 한 버팀목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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