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짓밥 /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출처: 마경덕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상상인, 2021.
*약력: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마을 문예대학 강사.
하느님은 곤충에 불과한 소금쟁이에게 수륙 양용도 모자라 하늘까지 날게 만들었다.
그러니 소금쟁이에겐 하느님의 존재는 절대적이겠지만 시 속 화자에게는 어머니가 하느님이다.
하나님의 사랑만큼이나 어머니의 사랑도 크다는 뜻이다.
사실 자식을 객지로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정 견디기 어려우면 다시 내오라며 어머니가 주신 “기차표 한 장 살 돈”은
객지 생활의 고비마다 화자의 마음을 다잡게 한 버팀목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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