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 신술래
장마 비 석 달 열흘을 내려도
잉크 빛
꿈
버리지 않네
그치지 않는 비 없고
멈추지 않는 바람 없으니
돌절구 옆 달개비도
아무렴 그렇지
귀를 쫑긋쫑긋
*출처: 신술래 시집 『들꽃은 날더러 사랑하라 하네』, 세시, 2001.
*약력: 1945년 경기도 양평 출생, 성균관대학교 교육학 학사.
잉크는 물에 젖으면 당연히 흐려지기 마련인데
석 달 열흘 내리는 비에도 달개비는 변하지 않고 고운 색깔을 유지한다.
이를 “꿈 / 버리지 않네” 로 인식한다는 것은
달개비의 색깔을 통해 변하지 않는 마음을 그려내는 것이리라.
아무리 장마가 길어도 “그치지 않는 비 없고 / 멈추지 않는 바람 없으니”
햇살 좋은 날 “돌절구 옆 달개비도 / 아무렴 그렇지” 하고 웃는다.
거기에다가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듯이 “귀를 쫑긋쫑긋”하기 까지 한다.
그렇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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