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에서 / 구재기
어떤 이는
성모의 기도를 받들며 가고
어떤 이는 부처의 미소를 모셔가고
어떤 이는 수십만 평 대평원 아득하니
솟아오른 삼봉(三峯)을 거두어 가고
죽장에 삿갓 쓰고 시를 찾기도 하지만
그렇게
쓸모 있는
돌의 쓸모를
쉽게 깨달으면서도
걸음마다 밟히고 있는
수많은 돌멩이의 쓸모는 몰랐다
*출처: 구재기 시집 『휘어진 가지』, 황금알, 2018.
*약력: 1950년 충남 서천 출생, 197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초·중·고 40여 년의 교직에서 물러나 〈산애재(蒜艾齋)〉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 있다.
성모상, 부처상, 대평원상, 김삿갓상 등은 수석의 형상석(形象石)을 일컬음이니
수석 수집가를 따라갔거나 시인이 수석 수집가로서 강변 돌밭에 갔던 모양이다.
사실 문외한의 눈에는 그냥 한낱 돌멩이일 뿐이나 그들에겐
형상석을 찾아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처럼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엿보인다.
수석 애호가들은 돌멩이의 생김새나 무늬에서 남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당연히 “받들며 가고, 모셔가고, 거두어 가지 않겠는가.”
의미에 따라 가치가 다르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