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세상/출석부

달개비 / 신술래

믈헐다 2023. 7. 24. 05:15

달개비 / 신술래

 

장마 비 석 달 열흘을 내려도

잉크 빛

버리지 않네

그치지 않는 비 없고

멈추지 않는 바람 없으니

돌절구 옆 달개비도

아무렴 그렇지

귀를 쫑긋쫑긋

 

*출처: 신술래 시집 들꽃은 날더러 사랑하라 하네, 세시, 2001.

*약력: 1945년 경기도 양평 출생, 성균관대학교 교육학 학사.

 

(달개비꽃)

 

잉크는 물에 젖으면 당연히 흐려지기 마련인데

석 달 열흘 내리는 비에도 달개비는 변하지 않고 고운 색깔을 유지한다.

이를 “꿈 / 버리지 않네” 로 인식한다는 것은

달개비의 색깔을 통해 변하지 않는 마음을 그려내는 것이리라.

아무리 장마가 길어도 “그치지 않는 비 없고 / 멈추지 않는 바람 없으니”

햇살 좋은 날 “돌절구 옆 달개비도 / 아무렴 그렇지” 하고 웃는다.

거기에다가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듯이 “귀를 쫑긋쫑긋”하기 까지 한다.

그렇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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