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벤치 / 박정희
공원 벤치에 앉아
땅콩 껍질을 까 주는 아빠 앞에
다섯 살 아기는 손 내밀기 바쁘다
껍데기 없는 땅콩 만들면 안 되나
맛있는 포도도
딱딱한 호도도 알맹이만 만들면 안 되나
아이는 말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게 하나도 없다고
나뭇가지 위 참새도 만들고
풀밭에 토끼도 만들고
아기도 하나 만들고
복잡할 게 뭐냐고
땅콩 껍질 까 주는 아빠 앞에
다섯 살 아이의 주장은 간단하다
*출처: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 2019년 1월호.
*약력: 함북 길주 출생, 충북 청주에서 성장, 청주여고 졸업, 동국대 영문과 졸업, 서울여자대학교대학원 졸업,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껍데기 없는 땅콩 만들면 안 되나”, “딱딱한 호도도 알맹이만 만들면 안 되나”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게 하나도 없다”
바로 “공원 벤치에 앉아 / 땅콩 껍질을 까 주는 아빠”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시제인 “지상의 벤치”에서 ’지상은 다섯 살 아기‘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이고,
‘벤치’는 그 아기에게 늘 그늘이 되어주는 아빠를 뜻한다.
그러니 아빠만 있으면 된다는 아기의 주장은 간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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